베트남 호치민(사이공) 여행기 시즌 2 : 우여곡절 끝에 만난 도시의 매력 (2018년 6월)
2018년 6월, 갑작스럽게 떠난 베트남 호치민(구 사이공) 여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비엣젯 항공의 터미널 착오(터미널 2가 아닌 터미널 1)와 연이은 항공권 구매 실패, 그리고 비행기 지연까지 겹쳐 첫날부터 진땀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밤 11시가 넘어 도착한 호치민은 1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저를 맞이했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운행하는 109번 노란 버스가 있었지만, 편의를 위해 그랩(Grab) 택시를 이용했고, 약 5천원(106,000동)이라는 저렴한 요금에 감탄했습니다.
첫째 날: 베트남에서의 예측 불가능한 시작
늦은 밤 호치민 시내는 조용했지만, 저렴한 그랩 요금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랜드마크인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가 바로 앞에 있었지만, 성인 1인 40만 동(약 2만원)이라는 전망대 요금은 베트남 물가를 고려할 때 다소 비싸게 느껴져 과감히 패스했습니다. 첫날은 여정의 피로를 풀고 내일을 기약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둘째 날: 전쟁의 아픔을 마주하고 도시를 탐험하다
둘째 날은 호치민의 대표 명소들을 탐방했습니다. 베트남 돈 단위에 익숙해져 ‘000’ 단위를 ‘K’로 줄여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이랜드 아이스커피 한 잔은 35K(35,000동, 약 1,928원)로, 말레이시아 커피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전쟁박물관이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냉전 시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의 비극적인 충돌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고, 특히 **고엽제(Agent Orange)**로 인한 피해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군과 연합군, 그리고 당시 월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에게도 고엽제 피해가 있었음을 상기하며, 화학무기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마의 도구임을 절감했습니다. 종군 기자들의 사진 속에서 보인 전쟁의 잔혹함과 비열함은 뼛속까지 전쟁의 비극을 느끼게 했습니다. 15,000동이라는 저렴한 입장료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기에 강력 추천합니다.
전쟁박물관 관람 후, 호치민 시청과 응우옌 후에 광장을 지나 노트르담 성당과 중앙 우체국을 방문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유산인 이 건축물들은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특히 중앙 우체국은 관광객으로 북적였으며, 우체국이자 기념품 상점 역할을 하며 활기찬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우연히 작은 환전소를 발견하여 공항에서보다 훨씬 유리한 환율(100링깃 당 480,000동)로 환전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 우체국 옆 책방 거리는 아늑하고 멋진 공간으로,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으며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날은 베트남 독립기념일(9월 2일, 실제 방문일은 6월 22일이었으나 착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임)로 광장에 거대한 무대가 설치되고 리허설이 한창이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엄청난 인파와 오토바이 행렬이 뒤섞여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셋째 날: 쇼핑과 스릴 넘치는 그랩 바이크 체험
셋째 날은 쇼핑과 특별한 경험으로 채워졌습니다. 비텍스코 타워 내 아이콘68 쇼핑몰에서 조거 팬츠를 저렴하게 구입했고, 이후 벤탄 시장 근처의 유명 환전소 **하탐(HATAM)**에 들러 100링깃 당 527,000동이라는 훨씬 더 좋은 환율로 환전하며 지난 이틀간의 손실에 아쉬워했습니다.
벤탄 시장 근처의 푸드 스트리트 마켓은 다양한 음식과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했지만, 고심 끝에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이후 마운틴 리트릿이라는 숨겨진 루프탑 카페를 찾아 헤매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 찾기 어려웠지만, 분위기 있는 루프탑에서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식혔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사이공 센터 쇼핑몰에 들러 일본계 타카시마야 백화점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푸미흥 지역의 SC 비보시티 몰에 있는 **쿱마트(Co-opXtra)**를 방문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한 그랩 바이크였습니다.
거의 처음 타보는 오토바이 경험은 상상 이상의 스릴을 선사했습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수많은 오토바이들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체감 속도는 거의 100km에 육박하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여성 운전자였음에도 과감한 운전 실력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돈 몇 푼 아끼려다 큰일 날 뻔했지만, 롤러코스터보다 더 짜릿한 경험은 호치민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비보시티 몰에 도착하여 쿱마트에서 베트남 원두커피와 믹스커피, 그리고 속옷 등을 구매했습니다. 특히 한국 화장품이 베트남에서 비싸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세일 중인 치약을 득템했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호치민은 다양한 경험과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