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오래된 SF 영화, 아직도 디스트릭트9 의 아우라 때문에 욕먹는 영화 – 엘리시움을 어쩌다 넷플릭스에서 보다.
천재라 불릴만한 감독 닐 블롬캠프의 전작이자 데뷔작인 디스트릭트9 은 더 오래전 영화지만 지금 다시봐도 그 감동과 슬픔, 분노, 허무, 고독, 기타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굉장한 작품이다.
거의 독립영화 였지만 저예산 이라고 하기엔 놀라운 특수효과를 비롯, 진짜 전쟁 현장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는 듯한 리얼한 묘사와 한 인간(주인공) 에 대한 회고를 담은 인터뷰 장면들, 거친 화면 효과,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주인공과 사건을 바라보는 건조한 시선으로 냉철하지만 그래서 더욱 몰입하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
그런 대단한 걸 이미 봐서 인지, 그 대단한 감독이 실력을 인정받아 헐리우드에 입성 후 더 많은 자본과 더 대단한 기술을 바탕으로 뭔가 더 업그레이드 되고 엄청난 작품을 뽑아 낼 것이라 수많은 이들이 기대했는데…
그렇게 이미 그 기대 수준이 하늘끝까지 올라가 버린 디스트릭트9 의 다음 작품인 이 엘리시움에 당연히 크게 기대한 것만큼 보상을 받기보다 실망과 더 큰 허무를 느낀게 아닐까?
그래서 그 유명한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그런 실망감을 느끼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그냥 잠깐 호기심에 조금만 보다 말아야지 하고 켰는데…
켠김에 왕까지 도 아니고.. 그냥 끝까지 다 보고 말았다.
아예 기대를 별로 안해서 인지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당연히 디스트릭트9 의 독특한 분위기나 극단적인 그 특유의 느낌은 없었지만, 좀 더 대중적이고 무난해져서 그럴수 밖에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영화 엘리시움의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154년 지구는 자원부족과 넘쳐나는 인구로 황폐화 되고, 전지구적 슬럼화가 되어 버려 부자들은 그런 지구를 버리고 우주 달 근처? 정도의 거리에 엘리시움 이란 둥근 궤도 형태의 식민지(스페이스 콜로니)를 만들어 이주해 살고 있다.엘리시움 안의 모든 저택에는 어떤 병도 자동으로 검색해서 치유해 주는 CT, MRI 같은 기계가 있고, 마치 천국같은 환경과 풍족한 자원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누리고 있다.
병과 가난, 삶 자체가 전쟁터 같은 지구에서 죽어가는 수 많은 사람들은 너 나 할것 없이 그 엘리시움에 가서 병을 치유받고, 행복한 삶, 지상 낙원을 누리는것이 유일한 꿈이자 소망인데..
천국 시민증을 위조해서 피부에 이식하고, 코드를 해킹해서 접근 불가능한 곳에 접근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처럼 그렇게 우주로 날아가 보지만…
매번 더러운 지구에서 날아든 해충 취급 신세로 철저히 제거되어 버리는 불법 이민자들이 될 뿐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주인공 맥스(멧데이먼) 은 차량절도 등 전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갱생해서 나름 멀쩡한 드로이드 생산 공장에서 단순 작업이지만 고되게 일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언젠가 그 엘리시움에 갈 꿈을 그리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되어 시한부 5일을 선고받아 반죽음 상태가 된다.
단지 살기위해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엘리시움에 당장 가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여기에 불법 이민을 주도하는 사설 업체? 보스 스파이더 와 엘리시움 내부의 거대한 음모가 그와 친구에게 기막히게 엮이면서 다 죽어가는 상태로 기계 수트를 이식받고, 불가능한 미션에 던져지는 주인공 맥스.
과연 그는 무사히 이 임무를 완수하고 죽기전에 엘리시움에 도착해서 암보다 무서운 이 질병을 고치고 그곳에서 꿈꿔왔던 행복한 삶을 누릴수 있을까?
이렇다할 반전도 크게 없고, 악당 빌런도 관객들은 허걱 할수 밖에 없는것이.. 전작 디스트릭트9 에서 외계인들 때문에 그렇게도 고생하고 모든것 다 잃고도 결국 쓸쓸히 남겨지고 버려져 너무 안쓰럽던 주인공을 연기한 바로 그 명배우 샬토 코플리가 역변해서 다 죽어가는 맷데이먼을 죽이려고 달려 드니..
이 사람은 미국판 올드보이 에서도 악역 메인 빌런이었고.. 아무리 봐도 얼굴 생김이 선한 윌렘데포 형님 같은 인상인지라… 제 아무리 미치광이 변태 악당을 연기해도 참 몰입이 안된다.
우선 거기서 감점. 물론 샬토 코플리 아니었으면 이정도도 안나왔지… 개망작 될뻔 한걸 그나마 살린거다.
멧 데이먼이야… 뭐 각본에 충실하게 절망과 삶에 대한 순수한 갈구에 딱 맞는 모습을 무난하게 보여줬고, 크게 흠 잡을데는 없다.
오랫만에 봐서 너무 반가운 조디 포스터 누님도 이선희 누님 마냥 어째 사람이 변한게 하나도 없네?
단지 고생고생 하던 주인공에서 이젠 나이도 들고 주인공 반대편에서 무자비하게 불법 이민자들 자비없이 학살하는 악역이 되어 버린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뭐 어쩌겠는가. 그 고왔던 미셀 파이퍼 누님도 이젠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 되어 버린 마당에.
어찌보면 대충 짐작되는 뻔한 전개와 무난한 스토리, 고생고생 하지만 결국 잘될것 같은 해피엔딩 헐리우드 식 결말을 본 관객들의 실망감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디스트릭트9 이 지금도 명작, 띵작 SF 영화로 남게 된건 그런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고, 그간 보지 못했던 스타일과 감독의 색깔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였다.
물론 제아무리 훌륭한 역량의 감독이라 할지라도 헐리우드 라는 시스템 구조 안에서 더 나은 아이디어 와 기발한 생각이 있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니…
재료가 좋아도 심심한 요리가 나올 수 밖에.
날것 그대로의, 눈 앞에서 펄쩍뛰는 심장 같은 그래서 어찌보면 눈살을 찌뿌리게 되고, 거북한 느낌마저 들었던 디스트릭트9 의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와 극단적인 설정,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 철저하게 부서지고 멘탈마저 무너져 내리는 주인공의 절망은 그래서 더 깊게 다가오고 더 큰 파장을 주었는데…
비슷하지만 뭔가 좀 덜 현실적이고, 너무 지나치게 막 나가는 것들을 수위 조절 하다보니… 스케일은 우주 바깥으로 더 커지고 규모도 외형도 성장했지만 결국 핵심인 영화의 주제의식,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라는 알맹이가 빈약해져 그렇게 까이고 욕만 먹은게 아닌가 싶다.
재밌게 잘 봤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건 어쩔수 없다.
그래도 반갑고 익숙한 얼굴들 만났으면 그걸로 된거 아닌가. 개망작 까진 아니고.. 그냥 보통이다.
디스트릭트9 본 사람 한테는 비추. 아직 그거 안본 사람은 나름대로 재밌게 볼 만한 영화로 추천.
이건 안봐도 디스트릭트9 은 반드시 보시길. 불법 이민자, 식민지, 차별, 인권, 인종, 외모, 종교 등등 이런거 다 떠나서 생명 자체에 대한, 인생과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이 있다.
과연 누가 진짜 괴물인가.
#이 놀란 같은 감독, 결국 자기 스튜디오 차리고 이미 유튜브에 단편 영상들 꽤 많이 찍어 올렸네~ oats studio ( https://www.youtube.com/user/OatsStudios ) 당장 구독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