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일본 인기 만화잡지 소년점프에 연재를 시작해서 단행본으로 74권까지 나와 현재 완결된 만화가 원작인 실사판 영화다.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의 약자) 로 불리는 2000년대 소년점프 부흥을 이끌었던 3대 대표 만화이면서 그 세가지 배틀물 중 하나로 지금도 인기가 이어져 오고 있는 만화의 초반부 8권의 스토리를 영화화 했다.
블리치를 처음 접한건 만화책도 아니고, 만화영화도 아닌, 오래전 PSP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의 게임으로 였다.
대전격투 게임이었는데, 중간 중간 애니메이션의 토막영상등이 나오기도 하고, 일본어에 번역도 안된 상태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게임내에서의 화려한 필살기 그래픽 자체가 멋져서 조금 해본 게임 이었다.
어쨋거나 그 추억의 게임, 만화를 실사 영화로 보게 되다니… 미국에선 오래된 코믹북의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마블이나 DC가 지금도 그 자원을 활용중이고, 우리에게도 어쨋든 불모지였던 만화계에 인터넷 붐을 타고 웹툰이 또다른 해방구 역할을 하면서 일본에 비할바는 못된다지만, 그래도 꾸준히 쌓아온 결과물들 덕에 드라마, 영화들이 나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수준높은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특히나 디즈니를 대표하는 미국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어린이를 위한 것들이 많지만, 일본은 오래전부터 그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들까지도 즐길 수 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큰 시장을 형성해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다.
만화는 만화로 있을때 그 만의 매력과 재미가 있는게 당연하지만, 원소스 멀티유즈가 공식처럼 되어버린 현 세대에서 불티나게 팔린 만화책이나 소설이 영화화 되는건 자연스런 수순이다.
물론,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다 해도, 너무 똑같아도 욕을먹고, 너무 달라도 욕을 먹으니 이래저래 감독만 참 죽을맛이다.
사실 그 근본 문제는 각본이나 시나리오등을 작업한 영화 작가들인데… 그들이라고 나름의 고민이 없지는 않았을터.
어쨋든 이 블리치도 만화책>애니메이션=게임>영화 의 순으로 초대박에서 점차적으로 원작 사골을 질리도록 우려먹는 용가리 통뼈 가 되어 버린것이다.
사설은 이쯤 해두고, 본 실사판 블리치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용감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고교생- 쿠로사키 이치고(이하 이치고) 는 죽은 영혼(귀신 또는 혼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어느날 밤 갑자기 나타난 괴물-영력이 많은 영혼이나 사람을 잡아먹는 호로에 맞서다가 루키아 라는 사신으로 부터 그 능력을 전수 받고, 사신대행(?)이 되어 괴물을 대신 처치 한다는 이야기…..
사신들과 혼령들의 세계- 소울 소사이어티라는 개념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보질 않았으니 참 낯설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그 캐릭터 들이 실사 리얼 사람 모습으로 짠 나오는 데서 오는 쾌감(?)은 영화화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특히나 이 블리치 실사영화- 어쩌다 매달 결제의 수렁에 빠져버린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헐… 이럴수가… 한글자막은 기본에 심지어 한글 더빙이 되어 있다!!!!! 대박…
어린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미쿡 드라마 등도 한글 더빙은 아예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어린이가 보기엔 좀 격한 이런 영화에 한글 더빙이라니…… 그 싱크로 율을 떠나서 그 자체로 참 대단하다.
블리치 왕골수 팬들의 반응은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대충 본 입장에서는 그런대로 합격점이다. 특히나 주인공 이치고를 연기한 후쿠시 소타는 머리색만 염색한게 아니고, 특유의 껄렁함과 매사에 쿨한 그러면서도 때론 강하고, 때론 감정적인 나약한 모습을 다양하게 표출해 준다.
초반부는 활극처럼 신나게 뛰어다니다가 후반부에 와선 자못 진지해 지고, 비장한 모습으로 장렬해 지기까지….
이치고 보다 더 돋보이는건 히로인 루키아를 연기한 스기사키 하나 이다. 원작 만화, 애니메이션보다 더 원작스러워 보이는 모습과 그 큰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니 참 울컥한다.
다른 캐릭터들도 첫 등장이지만, 나름대로 임팩트 있고, 추후 속편을 만들어도 별 문제 없을듯한 모양새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약간 아쉬운 건 원작을 거의 그대로 표현하려다 보니 어쩔수 없이 생기는 CG의 부실함에 따른 어색과 부자연 스러움… 그리고 거기서 생기는 알수없는 부끄러움…
워낙에 원작 자체가 가진 B급 정서나 과장된 제스처, 요란한 필살기, 현란한 테크닉등이 100% 실사화 되기 힘든건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뭔가 다른 매체의 특성이 있기에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뭐라고 콕 집어 표현하기는 참 애매한데… 그냥 좀 와꾸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고나 할까… (이런 저급한 표현 죄송합니다..ㅎ )
한마디로 완성도의 미묘한 차이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잔잔하게 남아 영 개운치가 못하다.
그래도, 나름 멋지게 데뷔전을 마친 블리치 실사판 1호.
다음편 나올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