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화나고 열받는 스트레스가 온 몸과 마음 생각 머리를 짓누를때면 나도 모르게 종이에 그 상황을 그 감정을 그 분노를 쏟았다.
어릴때부터 그림일기 일기장을 수북하게 쌓을 정도로 의무감에 숙제라서 그렇게 억지로 글을 쓰는 습관이 생겨서 였을까
천성적으로 성격상 화가 난다고 누굴 해치거나 복수를 한다거나 해코지를 못하는 답답한 사람인지라…
계속 그리 속앓이를 하다간 제 명을 못 채우고 홧병으로 죽을거 같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미칠듯한 감정도 그렇게 글자로 풀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분해 지고 안정되면서 결국 그 대상 마저도 이해를 하게 되는 다분히 평화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의 그 수많은 분노의 끄적임 들을 다시 찾을 수는 없으나 이제와서 본들 그저 피식 웃음이 날만한 것이리라..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어른이란 존재가 되었음에도… 작은것에 화내는 것이, 그런 얇팍한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들이 지금도 그런 것들 때문에 벌어지는지.. 나 스스로도 가끔은 여전히 그런 굴레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다.
분노라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는 지금도 수천 수만가지 해결책이 있겠으나
글쓰기 처럼 돈 안들고 평화적이며 생산적이까지 한 해결방안이 또 있을까?
그래서 옛날 영화속 올드보이 오대수는 감금되고 나서 한동안 그렇게 분을 이기지 못하고 미쳤다가 이내 자기가 갇힐수 밖에 없었던 지난 과거에 대한 속죄와 죄명을 담담히 써 내려갔던게 아니었을까.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할수 있는게 인생이라면
그 말도 안되는 상황과 미칠듯한 분노 마저도 나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자양분 이자 원동력이 되는 연료로 삼는다면…
분명 보다 나은 인격과 성품을 지닌 성숙하고 올바른 인간으로 거듭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대다수는 살생부 또는 데스노트에 그 입에 담기조차 더러운 것들을 써 내려갈지도 모르겠다.
왕좌의 게임에서 갑자기 몰락한 스타크 가문의 막내 딸 아리아가 그 원수들의 이름들만을 달달 외우며 복수에 대한 일념 신념 하나로 버티고 기어이 살아남아서 실행에 옮겼듯이…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당신이 어쩌면 영원히 짊어 져야 할 또다른 십자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