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문학을 포함한 고전적인 환상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과 환상 사이의 망설임”이다.- 츠베탄 토도로프
정말 반가운 소식! 이런 책을 이제야 접했다. 이제까지 각기 다른 공포문학 모음집 7권에 단편들이 하나씩 들어가 있었고, 아주 오래전에 참 대단한 출판사인 바다출판사의 보르헤스 환상 세계문학 컬렉션-바벨의 도서관 중에 한권으로 딱 세편의 단편이 나왔던 아직도 그 이름이 생경한 아서 매켄의 거의 최초 유일무이한 단편선이 그것도 두권으로 나왔다니! 자세히는 모르지만 세상이 참 좋아져서 클라우드펀딩을 통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오래된 명작 이다.
그 유명한 H.P. 러브크래프트 옹이나 말하면 입 아픈 고전 공포 소설의 대가- 애드거앨런포 옹의 스승? 이라고 해야 할 만한 아서매켄은 그 두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동시대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와도 친분이 있었다. (오스카 와일드가 위로 10살 이상 차이가 나긴 했지만… ) 그럼에도 거의 평생을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였고, 57세가 되어서야 미국과 영국에서 인기작가가 되었지만… 그래도 저널리스트 나 편집자로 계속 밥벌이를 해야만 했다.
잡소리는 이쯤하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고 무심코 집어든 이 책은… 음. 위의 정보라 작가 해설 중에도 나왔듯 현실과 환상 사이의 망설임을 공포와 잘 연결시킨 글들 이었다.
기대가 약간 있어서 였는지 생각보다는 심심한 느낌도 없잖아 있었으나
이 역시 이미 너무 많은 자극과 충격에 무뎌진 마음과 둔해진 감각 탓 일것이다.
본 1편은
위대한 신, 판
내면의 빛
붉은 손
세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세편 모두 기묘한 사건과 미스테리한 죽음,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진실에 대해 조금씩 다른 형태로 그려간다.
추리소설적인 구성과 전개를 보이는 마지막 붉은 손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편은 공포가 뒤섞인 환상문학의 효시라고 할 만 하다.
특히나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순수 악, 지옥에서 나온 듯한 악마의 얼굴을 한 인간 또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악마의 모습은 구체적인 묘사 없이도 충분히 공포스럽고 다분히 소름끼치는 대목이다.
각종 미디어나 매체를 통해 오히려 천사보다 더 친근(?)하고 어쩌면 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된 악마라는 존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래. 예전에 아마 이랬을꺼야. 싶을 정도로 우린 악마의 세력권에 이미 젖어 있기에 이런 뜨악한 묘사나 생경한 느낌이 어색한건지도 모른다.
악마는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악마보다 더 악독하고 비열하며 치졸하고 악다구니로 똘똘뭉친 인간들이 너무 많은게 문제일까?
어쩌면 이미 그들 또한 자기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채 악마의 하수인이 되어 그런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것은 아닐까.
악이 만연하고 어디에나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 악이 무엇인지, 왜 우리는 그 순수악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 인지를 깨닫게 한다.
독자의 작은 응원과 오탈자 지적에도 반갑게 회신 주신 출판사 담당자분에게서 이미 3권이 출간 예정이란 소식도 듣게 되니 더 기대가 된다.
너무 큰 기대는 언제나 실망을 안겨주니, 그저 잠시 오래전 18세기 영국의 우중충하고 어두운 도시 뒷골목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감상하시길.
어쩌면 우연히 보석같은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을것이다.
모두에게 모든것이 허락된 것은 아니다.
그게 부디 축복이기를.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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