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야심차게 돌아왔다. 거대한 스케일, 말그대로 스펙터클한 규모로 지구를 집어삼키는 외계인들의 무자비한 침공에 맞서 인류-라고 하지만 거의 대부분 미국인-는 지구를 다시금 지켜낼 수 있을것인가.
전작인 인디펜던스데이 를 제대로 못 봤지만, 그래도 아무 문제 없다. 전편에서 주역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이 거의 그대로 나오고, 이래저래 빠진 인물은 그 아들이 대신 나오는 설정이니… 예를 들면 공군조종사 스티븐힐러(윌스미스)의 아들역으로 출연하는 딜런 힐러 대위(제시 어셔)처럼.
새로 등장한 인물은 남녀 주인공 이랄수 있는 제이크(리암헴스워스)와 전편 휘트모어 대통령의 외동딸이자 전 공군조종사, 현 백악관 보좌관인 페트리샤(마이카먼로) 커플, 그리고 몇몇 인물 뿐이다.
반전이랄것도 없고, 20년의 간극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기술력도 제대로 표현되지가 않은 탓인지 긴장감이나 특수효과도 전편만 못하다는 평이 많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인지 스토리도 중구난방 흡입력이 떨어지고, 각 인물의 개성도 제대로 살지 못해 인류의 최후, 어쩌면 지구라는 행성의 종말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절절하거나 절실하지 않은 감정선과 말도 안되는 개그코드로 진지함이 없으니 그 모든 상황과 위기가 크게 와 닿지도 않을뿐더러 그냥 킬링타임용 오락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수준인거다.
그럼 대체 왜?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은 이런 영화를 두번씩이나 우려먹고 있으며, 4편까지 기획이 되었다고 하니…. 헐…. 미친건가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나름대로 이번 두번째 영화를 발판삼아 아예 우주 전쟁, 마치 스타워즈 같은 시리즈로 어쩌면 비슷비슷하지만 나름대로 재미, 감동 둘 다 잡겠다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무비로 만들고 싶은 욕망(?)을 제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도 있겠다.
그러나… 그건 그들만의 희망사항 이다. 아쉽게도 영화는 그닥 재미를 못 봤고, 흥행여부가 뒤 이은 3, 4편에도 당연히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것은 뻔한것이니…. 예전에야 나름 신파조의 애국심 유발 코드, 미국이 모든것을 해결해준다…는 세계경찰국가의 위상도 한때는 그럴듯하게 먹히는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 누가, 특히나 미국 아닌 국가에서 네네 하고 박수쳐 줄 수가 있단 말인가.
제아무리 엄청난 CG로 떡칠을 하고, 그저 무지막지하게 때려부수기만 하면 모든게 다 용서되던 아름다운 시절은 이미 다 가버렸다.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개연성과 인과관계가 분명해야 함은 물론, 스토리도 재미와 감동, 약간의 반전도 필수이며,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쉼쉬는 말그대로 살아있는 느낌! 그게 필수인 시대가 온지도 한참이 지났다는 말이다.
미국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종말을 고하는 영화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이 영화….. 문제는 컴퓨터 그래픽도 화려한 볼거리도 아닌것이다. 그럼, 뭣이 중헌디? 당연히 영화란 모름지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과 스릴이 있던지, 아니면 통쾌하게 부수고 끝. 이 아니라 왜 그렇게 부술수 밖에 없었는지, 그 뒷 이야기 마저도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스케일보다 중요한건 그냥 사골 우려먹듯이 우려먹는 구시대적인 이데올로기나 사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속 시원하게 사자후 처럼 내지르는 그런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은 미국 최고, 미국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사 라는 공식은 듣고싶지도 보고싶지도 않다. 미국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건 이미 지난 케케묵은 할배들의 넋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특히나 거슬리는건 요즘들어 중국 자본이 헐리우드를 잠식해서인지, 아니면 실제로 우주에 대한 투자와 노력들이 인정받을 정도로 높아진건지 알수는 없지만, 얼마전 본 그래비티 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중국의 우주 기구 혹은 단체, 또는 군사력은 엑스트라 이상의 조연급 배우들의 등장과 더불어 그 이상의 영향력이 대사나 정황등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이미 미국, 러시아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늘 위험에 빠지거나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을 중국 우주인이나 우주선이 때마침 딱 나타나서 도와준다. 그러고는 미국은 고맙다고 한다. 음…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건가??
그에 비해 코딱지 만한 위성 몇개 그것도 거의 러시아나 다른 국가들의 기술을 그대로 활용해서 숟가락만 얹어놓고, 대단한 것 마냥 자위하고, 아까운 세금만 엄청나게 쏟아붇고는 흐지부지 사라진 우주인 프로젝트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중국이 우주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우주 정거장까지 만드는 시대가 왔는데, 여전히 우주 로켓하나 스스로의 기술력으로 쏘아 올리지도 못하는 이 나라를 과연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는가.
핸드폰만 자칭 세계최고면 무엇하나. 사실 그것마저 언제 중국에 잡힐지 시간문제인데, 제대로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하면 알량한 자존심도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미래가 올 까봐 대단히 걱정스럽다.
옛날 양반네들 처럼 그저 무시하고 깔보면 내가 높아진다는 착각은 이젠 버려야 한다. 사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실력과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정신 차리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릴듯해서 참으로 한탄스럽다.
(콘솔게임만도 못한 영화 하나 보고 좀 너무 많이 나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