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참 설레고 때론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지만,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며, 조금은 불안하고, 때론 위험한 모험이 되기도 한다.
늘 느끼는 거지만 여행 그 자체도 여러가지 주는것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떠나기 전의 분주함과 기대, 설레임과 두근거림 그런것들이 마치 마약 김밥 처럼 끊을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게 아닐까?
정작 여행지에 가보면 어디든 완벽한 곳- 천국은 없다는걸 실감하게 된다. 제 아무리 지상낙원 이라 불리는 에메랄드 빛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프라이빗 럭셔리 풀 빌라 라고 해도 만약 하필이면 그때 갑작스런 폭풍과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천국은 지옥이 될수도 있고, 행복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바뀔수도 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여행지로 가는 차는 움직일 줄 모른채 몇시간을 거북이 보다 더 느리게 가고 있고, 그렇게 고생고생 해서 도착한 낙원이어야 할 장소는 폭풍과 비비람으로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었다면…
누구나 아 이게 뭐지? 내가 이러려고 이런 비싼 돈을 줘 가면서 고생해서 온 건가? 한없는 자괴감과 화가 치밀어 오를수 있지만….
그곳을 삶의 터전 삼아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티며 살아가는 현지인들에겐 그건 단지 그냥 하루를 망친 여행 그 이상의 손실과 아픔이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내 시간 내 돈이 아깝고 그딴 현지 사정 따위 알게 뭐냐고??
현지인과 아무런 상관없이 여행이란게 가능한거라고 생각했나? 밥은 누가 해주며, 잠자리는 누가 제공해 주는가? 하물며, 뭔가를 보려고 간다면 거기 있는 것들은 외계인들이 만들어 놓은건가??
도대체 그럼 당신은 왜 여행을 이 먼 타국까지 힘들게 왔는가? 현지인들과는 아무런 상관을 원치 않는 당신이? 왜?
그냥 편하게 가까운 공원을 가든 캠핑을 가든 그냥 내 나라 내 땅에서 잘 살면 되는데 왜 굳이 비싼 돈 아까운 시간을 들여서 힘들게 멀리까지 날아 온거냔 말이다.
당연히 그만한 것들을 투자했으니 그 이상을 기대한 거겠지… 그런데 삶이란 늘 우리를 배신하고, 때론 속이기까지 하는 게 인생이고, 내 생각 내 마음대로 늘 승승장구 하는것도 아니질 않는가?
그리고 생각이 좀 있다면 그걸 교양이라고 부르든, 삶을 마주하는 태도라고 하던, 어쨋든 그런 걸 가진 사람이라면 진짜 여행은 예쁘게 꾸며진 인위적이고 겉보기엔 좋아도 실상은 한낱 허구 껍데기 가식에 불과한 여행자용 상품 나부랭이에 만족 하는게 아닌 진짜 리얼한 현지의 모습 , 삶을 잠시나마 느껴보면서 아 내가 참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내 터전과 내 가족 직장 학교가 그래도 여전히 내겐 참 감사한 것이다 라는걸 새삼 깨닫게 되는 과정이란 걸 이렇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것이다.
옛말에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특히나 젊은 시절의 고난과 역경은 그 당시엔 참 쓰고 다 때려치우고만 싶은 고통의 나날 이라 할지라도, 나중에는 그런 시간들이 참 값지고 귀한 성장통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아, 난 그런 팔팔한 아프니까 청춘이다 도 아니고 이미 나이를 먹을대로 먹어 버렸고 우리 온 가족 나이드신 부모님들, 어린 우리 금쪽같은 내 귀한 아이들은 무슨 죄냐고??
그런 귀하디 귀한 가족들을 고생 시킨건 도대체 누굴 위한 여행인가?
그저 스스로 난 할만큼 했어, 자기 위안을 삼는 구실은 아니었나? 그들도 과연 그런걸 정말 원했을까?
차라리 그냥 혼자 여행을 가라. 괜히 자기 욕심과 자기 만족을 위해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다는 허울좋은 핑계대지 말고.
그들도 이 모든 변화와 여행 이라는것의 변화 무쌍함, 때론 가끔 좋지만 때론 힘들고 괴로운 여정이란 사실에 자연스레 동의를 할 정도의 인격과 덕목을 갖춘 사람이라면 오케이 같이 여행을 할 자격이 있다.
그게 안되거나 좀 부족하다면 아니 본인 자신 스스로도 그런 여행이 체질에도 맞지 않고 그저 편안하고 안락하고 힘든게 전혀 없는 그런 환상적인 지상낙원에 딱 갔다가 휙 오는걸 원한다면 ….
그냥 VR 로 편하게 집에서 누리시라. 괜히 나와서 여러사람 힘들게 하고, 스스로도 고통과 괴로움에 쓸데없이 푸닥거리 하지 마시고…
진심으로 부탁 드린다.
여행은 원래 그런것이다. 집 나오면 개고생 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