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갇힌 게으른 선원 이야기 – 저주받은 섬
#타임루프
#무인도
#식인종
#살아야 한다
은퇴한 애꾸눈 잭 선장이 들려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느 폭풍이 몰아치던 밤.. 해안가 선술집에서..
럼주와 맥주에 위스키 등등…. 과한 술에 떡이 되서 헤롱거리던 나에게..
정신차려 이친구야
인생은 짧다네
하루가 천일같고, 천일이 하루같은것
짧은 생을 허비하다간 저주받은 섬에 갇히게 된다네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그 섬에 갇혔던 한 사내가 있었지…
그는 늘 농땡이에 먹성만 좋고 술을 탐하던 게으르고 나태한 흔히 볼 수 있는 닳고 닳은 뱃사람 중 하나 였지..
꽤 어릴적부터 배를 타서 시커멓게 탄 얼굴과 얼굴 반을 뒤덮은 수염 때문에 나이보다 꽤 들어보였지만… 아마 지금 자네랑 비슷한 연배 였을꺼야…
그가 왜 그런곳에 갔는지, 누가 어떤 알수없는 손(힘)이 이끌었는지는 나도 모른다네
아마 신께서 보다못해 요나 처럼 시험을 허락하셨는지도… 누가 알겠나
항해는 언제나 그렇듯 초반엔 순풍에 고요하고 푸르른 바다를 비단위에 미끄러지듯 거침이 없었지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무렵 멀리 칠흙같이 검푸른 구름이 서서히 다가오며…
예사롭지 않은 날카로운 바람이 서서히 불어왔어
그리곤 …. 그날 밤… 그토록 오랜 바닷생활 중 처음으로 겪는 엄청난 자연의 분노와 심판에 처한거지…
게을러 터진 그 친구 조차 머리위로 퍼 붓는 지옥보다 차갑고 자비없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미친듯이 갑판위를 달리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깨지고…살겠다고 발버둥을 쳤어
그러다… 그렇게 컸던 범선은 쉬지않고 내리꽂는 수백톤의 파도와 폭풍, 번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아마 그 친구는 이렇게 물귀신의 친구가 되는구나… 조금은 지난 세월을 허비한것에 자책을 하면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람….
그리곤 얼마나 시간이 지난지도 모른 후에… 왼쪽 뺨에 느껴지는 생경한 햇볕의 따끈거림에 놀란거야..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바닷속 심해 지옥이 아니고 천국인가…. 하고 말이야…
그렇게 어딘지 알 수 없는 무인도 해안가 모래밭에 누워있다가 일어났는데….
망망대해에 다른 육지나 섬은 보이지 않고
가운데 동산 만한 작은 봉우리가 솟아 있는 무인도 라는걸 알게 되었지…
그렇게 지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건만….
아무리 사방을 이잡듯 뒤져도 먹을것 마실것 하나 보이지 않는 무인도에서 또 다른 절망에 주저 앉아 있었는데…
멀리서 우-우-우-우 하는 소리가 들린거야… 인간의 소리도 아니고, 동물의 소리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무언가가 내는 듯 했지…
그 섬의 주인인 토착 식인종들 무리 였어…
시커먼 몸에 하얗게 빛나는 맹수의 눈빛을 본 그 녀석은… 덜 마른 장작개비 마냥 푸석거리고 덜그럭 거리며 살려고 도망을 쳤어
마침 가까이에 보인 나무뗏목을 타고 섬을 탈출하는데…
바다에 나오고 잠시후…
그 맑고 파랗던 하늘이 거짓말 처럼 또 시커멓게 변하더니….
또 다시 찾아온 악몽같은 폭풍 번개 엄청난 파도에
나무뗏목은 종이처럼 구겨져 부서지고
바다에 빠진 그 친구는 또 다시 의식을 잃고,
깨어난 해안가 모래밭… 아까 눈을 떳던 바로 그 곳이었지…
아까 본 그 무인도
곧 이어 들려오는 식인종들의 배고픈 굶주림…소름끼치는 울부짓음 소리…
꼼짝없이 또 갇힌거야…
저주받은 섬은 한번 잡은 영혼을 절대 놔주는 법이 없지…
여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경우 1 – 배를 안타면?
식인종에게 잡혀 저녁식사 재료가 된다… 이대로 재물이 되어 개죽음 당할수는 없잖아~~~ 도망가야만 한다.. 바다로..
경우 2 – 배를 타고 다른곳으로 가면?
해류와 바람 파도 해일로 다른곳에 갈수가 없다…
경우 3 – 바다에서 다른 배를 만나 구조를 요청한다면?
망망대해 폭풍우와 비바람 거센 파도로 주변엔 작은 어선 한척조차 찾을 수 없다….
경우 4 – 바다에 빠진다면?
잠시 의식을 잃을뿐…. 깨어나면 또 거기 그 해변 백사장…
경우 5 – 섬에서 숨으면?
숨을곳도 먹을것도 없다… 식인종들은 반드시 찾아낸다… 잡히기 전에 도망..
경우 6 – 자살?
절벽에서 뛰어내려도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면 해변 모래밭… 나무에 목 매달기전에 식인종들이 급습… 그 외 어떤 수단도 방법도 없다.
다른 경우의 수 라는 게 있을까?
답은 없었어. //아니, 살고자 하면 죽을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
//살아도 살아있는게 아닌데? 죽어도 죽을수가 없는데?
자, 이제 어쩔래?
깨어나라. 이건 너 스스로 만든 감옥이니까//
그래서 그 게으른 선원은 어떻게 된거요???!!!
산거요 죽은거요???
꿈깨라고 이 친구야…
영원히 잠들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그 선원은 여기에 없다고…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완전하게 구해줄 수 없어…
//그 선원은 어쨋든 섬을 탈출해서 오래전에 이 선술집을 잠시 들렀다 고향으로 돌아 갔지…
어떻게 나왔느냐고??//
그 게으른 선원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어… //근데, 이 얘기를 어떻게 알고 있냐고? 그딴건 묻지마… 나도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니까…//
하지만, 만약에… 나 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가끔 그런 생각에 이 문제를 풀어봤지…
나라면… 아마…. 이랬을꺼야…
수십번을 그렇게 시간의 굴레에 갇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나는 결국 모든걸 포기하기로 했어.
순순히 식인종들의 먹을꺼리가 되어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던 거야…
어쨋든 산채로 먹히지는 않을꺼란 실날같은 기대가 있었어…
죽고나서야 어떻게 먹히든 느낄수는 없는거니까…
식인종들에게 손발이 묶여서, 건장한 두 어깨에 걸쳐진 채 그들의 은신처로 고기처럼 옮겨졌어…
그리고는 나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둥근 마을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기둥에 묶여 의식이 끝난 후 기둥 옆에 쌓인 나무들과 함께 불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이었지…
자포자기 한 마당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죽음을 눈앞에 둔 나는 평소 술에 취하면 늘 부르던 노랫말을 웅얼거렸지…
“오~ 가엾어라~ 어여쁜 내 사랑~ 난 오늘도 당신을 위해 이 머나먼 바다를 떠도네~ 오~가련한 내 인생아~~ 저 멀리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네~~ 어서 가자 친구여~ 힘차게 노를 저어라~~ 저기에 우리가 찾던 그 보물이 있으리니~~ “
취하지도 않았는데, 곧 죽을꺼라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펐던게지…
더 크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식사 준비를 하면서 의식을 치루던 식인종들이 어느 순간 멈칫 하더니 지들끼리 모여서 웅성웅성 속닥속닥 뭔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말로 지껄이기 시작 한거야….
그러더니, 금새 패가 둘로 나뉘었는데, //아마도 추측하기론// 한쪽은 신기한 소리를 내는 먹잇감이 쓸모가 있으니 살려두고 오락거리로 써야 겠다는 쪽과
며칠을 굶었는데 그 따위 요상한 소리 하나도 필요없고, 당장 먹어 치우자는 쪽으로 나뉜거야…
그러곤 재물이 되어 마을 한가운데 기둥에 나를 묶어둔 채로 두 식인종 패거리들은 서로 분을 참지 못하고 그만….
생난리 피비린내 나는 유혈참극이 벌어지고 말았지…
각 패거리들은 장정 20~30명을 포함해서 남녀노소 가 각 50명 가까이 되는듯 했어..
그러다가 옹기종기 붙어있던 나무집에 불이 붙었고…
엉기고 부딧치고 밀리고 하는 북새통에 내가 묶여 있던 나무 기둥도 떠밀려 어느샌가 쓰러진거야…
손발을 묶고 있던 나무 덩쿨이 느슨해 지면서 불타오르는 또 다른 지옥을 어떻게 빠져 나온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나오게 되었지..
그리고는 꽤 높이 올라간 검은 연기를 지나가던 범선이 우연히 발견했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된건지 말 안해도 알겠지?
살고자 하면 죽을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것이다…
그럼, 결국 술 덕분에 노래를 잘해서 살아돌아온것 아니요?
그냥 난 이대로 계속 술이나 퍼 마시면서 내일없는 인생 실컷 즐기다 갈테요
젊은 친구…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얘기 했잖아…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그냥 내가 생각해 본 것일 뿐… 실제로 그 방법이 통할지는 누구도 알수 없는거야….
자네 인생이니 더는 간섭하지 않겠네… 멋대로 한번 살아봐~
부디 그런 시험에 드는 일이 없길 바라겠네…
아디오스~